애플에서 아이폰을 발표하고 출시한게 2007년입니다. 처음에는 디자인 정도만 발표되었죠.
삼성은 아이폰의 본질을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단지 디자인이 이쁘장한 풀터치폰이라고만 생각했기 때문에 맞대응으로 출시한 것이
햅틱 시리즈입니다.

아이팟 시리즈나 맥북 등 애플의 제품이 항상 UI는 불편해도 디자인은 끝내준다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에 
비슷한 개념의 핸드폰이 하나 나올 거라고 예상하고 대응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아이폰 출시 후 세상에 없던 스마트폰이라는 별천지를 목격합니다.

그래서 삼성이 대항마로 출시한 것이 옴니아입니다.

옴니아의 출시가 2008년, 아이폰 이후 1년 정도 이후입니다. 그
마저도 자체 OS를 만들 능력이 없어서 당시 유일하게 구할 수 있는 윈도우OS로
만들었고 국내에 출시되지 않은
아이폰을 대충 보고서 이런 기능들이 있으면
스마트폰이라고 하는구나 그 정도 생각으로 옴니아를 만들었을
것이 뻔히 보이는 제품입니다.

 

옴니아1로 대강 감을 잡았다고 생각해서 곧바로 출시한 것이 그 유명한 옴니아2이죠.
광고상으로는 아이폰을 능가하는 세계 최고의 핸드폰인데, 현실은 시궁창입니다.

단지 OS의 한계가 아닙니다. 옴니아2까지 삼성은 스마트폰이라는 기기 자체에 대한
이해가 없었습니다.

국내 소비자 역시 아이폰을 써보지 못했으니 스마트폰이라는 기기를 알지 못했기 때문에
팔아먹을 수 있었던
정체불명의 기기이지요.


만약 구글이 없었다면 삼성은 지금까지 옴니아3,4,5,6,7을 만들고 있었겠지요.

그나마 구글이 (어떻게 보아도 iOS를 의식했음이 명백한) 안드로이드 OS를 발표한 것이
삼성에게는 천운입니다.

그래서 OS 문제를 해결해서 대충 아이폰 비슷하게 만들었던 것이 갤럭시A인데, 이 때까지도
스마트폰이라고 
부르기는 처참한 수준이었고, 비로소 갤럭시S에 이르러서야
(여전히 버그 투성이라 하더라도) 스마트폰이라
할 수 있는 첫 기기가 탄생합니다.
갤럭시S가 나온 것이 2010년, 그러니까 삼성은 애플에게 스마트폰 시장에서 무려 3년을 뒤진 겁니다.



그 3년의 갭은 자체 OS를 만들지 못하는 기술력의 한계이기도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스마트폰의 본질
자체를 알지 못한채 디자인과 UI만 비슷하게 베끼면 된다는 안일한 전략에서
벗어나지 못해 옴니아1,2, 그리고 
갤럭시A의 시행착오를 오랫동안 거쳤기 때문이라고 봐야 합니다.

 

스마트폰 이야기가 길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주제인 태블릿 이야기로 넘어가지요.

 

아이폰이 출시되고 3년이 지나서야 아이패드가 나왔습니다. 아이패드는 아이폰과 같은 OS를
사용하지만 
오랫동안 고안되고 개발된 사실상 전혀 다른 제품군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애플이 기발한 것은, 아이패드가 PC와 e-book을 한꺼번에 대체하면서 스마트폰의 영역을
침해하지 않는
절묘한 지점으로 기획되었음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아이패드가 잘 팔려도 맥북이나 아이폰의 판매에는 지장이 없도록 하면서, 같은 OS를
사용함으로써 고객이
애플의 제품군을 골고루 사용하는데 지장이 없도록 치밀하게
설계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삼성은 갤럭시A 출시 후 반년만에 갤럭시탭을 출시합니다.

실질적인 첫 스마트폰 갤럭시S 이후로 따지면 불과 3~4개월 차이입니다.
누가 보아도 갤럭시탭은 아이패드 출시 이후 급조된 제품이고, 오랫동안 치밀한 연구를
거칠 물리적
시간도 부족할 뿐더러, 갤럭시S를 만들면서 써먹은 기술을 그대로 재활용할
수밖에 없으니 스마트폰과의 
차별성을 둘 수도 없었음을 알 수 있지요.

 

왜 이런 일이 생기는고 하니, 삼성은 이번에도 제품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했던 겁니다.
7인치짜리 태블릿은 PC를 대체할 수도 없고 스마트폰과 겹치는 영역도 발생합니다.
갤럭시S를 가진 사람이 갤럭시탭을 사는 것은 웃긴 짓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갤럭시탭 같은 것이 출시된 이유는 뻔하지요.
일단, 아이패드를 단지 "크기만 큰 아이폰"으로 이해했다는 뜻이고, 제품의 완성도보다는
출시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당시 안드로이드 OS가 커버할 수 있는 최대치인 7인치로
제한되었던 것입니다.


그저 아이패드의 경쟁제품, 그러니까 화면이 큰 스마트 기기를 최대한 빨리 출시해서
애플의 경쟁자로
포지셔닝하는 것에만 골몰했을 뿐, 정작 태블릿을 왜 만들고 어디에 써먹도록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고민조차 없었던 결과물이라는 셈이죠.

경영진은 최대한 빨리 출시하라는 압박만 엄청나게 했을 것이고, 기술력도 없는 상태에서
출시일까지
당기려면 실무자들이 택할 방법은 "카피캣" 말고는 아무 것도 없는 것은
당연한 수순 아닐까요?

 

카피캣에게 특허 침해는 불가피한 결말입니다.
갤럭시탭이 EU에서 판매금지 가처분이 받아들여진 것은

놀랄 일도 아니고 충격적인 일도 아니며 지극히 상식적인 결말이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삼성은 이것을 크나큰 교훈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제품을 만들 때 "왜" "누구를 위해" "어떻게 쓰이도록" 만들어야 하는지 오랫동안 연구하고
기획하고
설계하는 것은 기본이고, 그러한 생각을 현실에 옮기는 기술력까지도 함께 갖추고
있어야 리더 기업이
될 수 있음을 깨닫는 계기가 되어야 합니다.

 

삼성이 기존처럼 부품 공급이나 하고 싸구려 제품이나 만드는 정도로 만족하지 않을 것이라면
지금처럼 시장을
주도하는 글로벌 기업이 되고 싶다면, 그냥 대충 1등 기업의 제품을 비슷하게
만들어서 "대항마"라고 
마케팅만 그럴싸하게 한다고 되는게 아니라는걸, 무리하게 출시일을
잡아놓고 실무자들을  닥달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걸, 이번 기회에 분명하게 학습하고
반성해야 할 것입니다.




Posted by 새날이 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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